Crowned cranes, 2021oil on canvas, 165x95cm
Falling birds, 2021oil on canvas, 165x95cm
Flying dolphins, 2021oil and spray on canvas, 163x163cm
Flying ducks, 2021oil and spray on canvas, 163x163cm
Lady bird, 2021oil on canvas, 30x40cm
Mating, 2021oil and acrylic on canvas, 218x720cm
Shoulder dancing, 2021oil and spray on canvas, 20.5x40cm
Tronie#1 Black yellow panther, 2021oil on canvas, 91x72cm
Tronie#2 Dawn of dreams, 2021oil on canvas, 91x72cm
Tronie#3 Blue bird and bride, 2021oil on canvas, 91x72cm
Tronie#4 Hawking, 2021oil and acrylic on canvas,91x72cm
Tronie#5 Orange shower, 2021oil on canvas, 91x72cm
Tronie#6 Purple wind, 2021oil on canvas, 91x72cm
Water drop vibes, 2021oil on canvas, 24.5x34cm
Falconry (매사냥), 2021
매력적인 인물 도상과 에너지 넘치는 상상의 세계가 힘 있는 붓질로 완성되는 정수정의 작품은 직관적인 이해로도 충분히 감각적 만족을 주지만 하나하나 해석해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들이다. 이 글에서는 활발한 활동으로 지난 몇 년간 축적되어 온 정수정의 작품들을 구조적 측면에서 파악해 입체화해보고자 한다. 정수정의 작품세계를 구성하는 축은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자연과 인간문명과의 관계에 대한 작가 자신의 세계관으로, 자신의 경험과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공존, 선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순수한 대자연의 원리, 작고 희미한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생명력과 역할 같은 것들이다. 이것은 또한 작가 자신의 존재론적 주제와도 연결되기도, 대체되기도 한다. 두 번째는 문화적 도상과 표현 양식의 사용이다. 고전 회화에서부터 영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광고 같은 대중문화 시각물들에 이르기까지 그것들이 보여주는 주제, 그 안에 등장하는 형태들이 상징하는 의미, 포즈나 동세가 보여주는 감각들을 연구하고 현재화 한다. 세 번째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세계’를 회화적 장면으로 구현해내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세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작품을 구성하는 첫 번째 축인 자신의 세계관을 ‘현실의 모사’가 아닌 회화의 언어로 표현하겠다는 의미이자, 두 번째 축인 문화적 도상과 표현 양식이 가진 인공적인 속성을 탐구하고 재구성하여 회화의 순수성을 획득하겠다는 선언으로도 읽힌다. 이렇게 작가의 ‘세계관 - 표현 양식의 실험 - 회화적 지향’은 각각 거대한 세계(‘자연과 인간문명 - 문화적 도상 - 상상과 순수성’이라는 그 자체로 수많은 작가들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천착해온)를 참조하면서, 서로를 추동하는 관계로 하나의 화면에서 동시에 구축된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축은 별개로 존재하지 않고 대개 전시별로 하나의 소재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결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특성들은 어떻게 드러나고 있을까? 개인전 《Sweet Siren》(레인보우큐브 갤러리, 2018)에서 신과 님프의 도상, 《A Homing Fish》(갤러리 밈, 2019)에서 회귀성 물고기처럼 자연이라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들, 《빌런들의 별》(OCI 미술관, 2020)에서 영화 속의 빌런 유형이 등장하였다면 이번 전시 《Falconry(매사냥)》에는 주로 여성과 새, 동물들이 등장한다. 참매로부터 영감을 받아 전시를 아우르는 주제를 새, 동물, 날다, 부유하다, 정지하다, 공존하다 등으로 잡았다고 한다. 때문에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과 새, 동물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표현 양식과 세계관, 상상의 표현이 어우러진다. 우선 새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여럿 눈에 띄는데, 어딘가로 날아가는 새들의 무리는 《A Homing Fish》에서의 물고기처럼 자연에 속해있는 숙명적인 존재로 보인다. 또 이 작품들은 기존 매체가 시각화해 온 전형적인 ‘날거나 부유하는’ 동적인 묘사를 회화적 한 장면으로 압축하거나 조형 요소로 변환시켜 특별한 정조를 자아내고 있다. 한편, 인물화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Tronie>시리즈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인물화 ‘트로니(Troni)’에 대한 작가의 관심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정형화된 귀족들의 초상이 아니라 표정 위주의 생동감 넘치는 스냅샷 같은 트로니는 그 자체로도 SNS 사진 같은 느낌을 주는데다, 실제로 존재하는 모델을 그린 것이 아닌 허구의 인물을 창조해낸 것이라, 작가는 이를 동시대 상상 인물화에 대한 실험을 위한 소재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이전에도 꾸준히 인물 표현을 실험해왔던 작가는 구체적인 생김새보다 뉘앙스로 그 캐릭터를 보여준다거나, 인물의 포즈와 연결되는 분위기를 얼굴에 담아낸다거나, 자세하고 특정한 표정보다는 감정 자체를 회화적 표현으로 담아내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번에도 깃털이 달린 옷을 입은 여성(또는 반인반조(半人半鳥))군상의 여러 표정을 한 화면에서 보여준다거나 동물들이 사람과 함께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표현을 복합화, 확장시키고 있다. 동물들은 여성들과 감정적으로 동기화되어 있을 뿐 아니라 여성의 어깨 위에 앉거나 품에 안겨있는 등의 포즈를 통해 신체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고개를 돌린 여성 대신 감상자 쪽을 바라보고 있는 표범은 하나의 연장된 인물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여성과 동물의 쌍, 특히 참매를 어깨에 얹은 여성은, 트로니 이외에도 또 한 가지 중요한 도상을 연상시키는데, 그것은 바로 애니메이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나 <원령공주>의 여성과 동물이다. 전시되는 모든 작품에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전시의 세계관과도 맞닿아 있어 언급하고자 한다. 도상이라는 것이 사회 문화적으로 약속된 시각적 기호라고 보았을 때, 문자가 조합되어 단어와 문장이 되듯 대중문화의 이미지나 형식이 조합되면 감상자는 일차적으로 해당 레퍼런스를 떠올리며 의미를 인지하게 된다. 대중문화의 도상들은 대부분 미디어 노출로 생활반경 안에서 자신도 모르게 접한 적이 있는 것들이라서 감상자가 이를 자연스럽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작품에서 동물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는 ‘날거나 달린다’ 또 ‘무엇인가를 향해 전진 한다’는 역동적인 이미지와 함께 ‘연약해 보이는 소녀가 자연을 위해 동물들과 함께 인간 문명에 맞선다’ 또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 해야 한다’ 같은 작가의 세계관까지 암시하게 된다. 즉 작가는 자연과 인간 문명의 공존이라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물화와 애니메이션 양식의 변형을 통해, 자신만의 회화적 장면을 만들고 상상의 세계를 구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작가의 세계관을 전달하는데 중심이 되는 여성과 새, 동물 도상은 전시의 서두에서 만나게 되는 작품 <Mating(교미)>에서 더욱 독자적이고 발전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Mating(교미)>은 길이 약 7m의 대형 작품으로 고전적인 벽감 아치 형태를 암시하는 색면으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저 너머 세계의 폭포와 다양한 생명체들을 담아내고 있다. 움직이기 전 응축된 긴장감을 가지고 있는 정적인 형태의 <Tronie>시리즈들과는 달리 역동감이 넘치는 이 작품은 제목처럼 동물들과 여러 새들이 환희의 순간을 수놓고 있는 상상도이다. 등장하는 동물들(또는 생명체들)의 표현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넘어서려는 작가의 의도 속에서 마치 한 여성 래퍼의 뮤직 비디오처럼 여성 주도적 성적 표현을 가득 담고 있는 전략적이고 상징적인 유쾌한 밈(이 또한 하나의 현대적 도상이다)과 공명하며, 자유롭고 본능에 충실한 자연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반면 여성은 작품상에서 보이지 않는데, 이에 대한 숨겨진 힌트는 작품의 초기 드로잉에서 드러난다. 폭포 중앙에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오무’ 같은 상상 속 생명체의 형상이 금목걸이 같은 것을 하고 있는데, 초기 드로잉에는 그 안에 폭포를 등지고 무릎을 꿇고 있는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흘러가는 폭포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그녀는 곧 오무 같은 형상으로 뒤덮이고, 그것은 물보라 이는 폭포 아래, 마치 생명력의 근원처럼 자리 잡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Mating>은 마법소녀의 변신 순간처럼, 숨겨져 있던 여성성과 자연의 생명력이 폭발하는 순간을 장면화 한 것일 수도 있겠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가 실제 폭포가 흘러내리듯 3차원으로 회화를 구성한 첫 시도로, 많은 작품들이 비대면을 전제로 구상되는 상황에서 직접 현장에서 이 작품을 보아야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폭포가 쏟아지고 흘러가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물감을 상상해보라)
<Mating>의 초기 드로잉, 부분
많은 작가들이 회화로 스크린이나 모바일의 감각, 일상성의 이미지를 연구하는 흐름 속에서 ‘도상’이라는 형식을 동시대적으로 번안하고 재구성하는 정수정의 ‘상상의 세계’는 무엇보다 한계 없이 역동적인 회화적 표현을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근거를 가지고 있다. 또한 감상자에게 (도상을) 인지하는 즐거움과 공감, 그리고 그것이 또 다른 맥락이나 층위와 뒤섞이게 될 때 신선한 깨달음을 안긴다. ‘세계관 - 표현 양식의 실험 - 회화적 지향’의 조합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정수정 작가의 작품을 주목하는 이유이다.
/ 권혜인(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Falconr, 2021
Jung Soo-jung’s artworks use strong, bold brushstrokes to depict an imaginary world overflowing with energy and alluring human figures. Although these paintings provide an emotional satisfaction when interpreted directly, it is also enjoyable to analyze them individually. In this text, I interpret the works that artist Jung Soo-jung has created over the last few years. I explore her works from the perspective of structure and attempt to highlight the three-dimensionality of her paintings. There are three main axes that make up the world of Jung Soo-jung’s artworks. The first axis is based on the artist’s own experiences and philosophy and represents her perspective on the relationship between nature and human civilization. This axis is concerned with the coexistence of nature and humans, the principles of pure nature (which cannot be analyzed in terms of good and bad), and the life forces of small and indistinct beings. These concerns are also connected with, and at times replace, the ontological subject of the artist. The second axis of Jung Soo-jung’s artworks is her mode of expression and use of cultural iconography. Her works explore and modernize subjects from classic paintings, films, animation, music videos, and the popular imagery of advertisements. She also reinterprets the meanings contained within these visual art forms as well as the feelings and sensations expressed by the poses and movements within them. The third axis of her works is the realization of a “world within imagination” that does not exist. This third axis is also the artist’s declaration that she will realize her perspective on the nature–human relationship (the first axis) through the language of painting while avoiding the mere imitation of reality. This is simultaneously a declaration to explore and restructure the artificial nature of cultural iconography and mode of expression (second axis) and maintain the purity of painting. In this way, the artists’ perspective, experimentation with expressive form, and artistic direction each refer to a larger world (that is, the long history of artists who have scrutinized the nature–human relationship, cultural iconography,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imaginary and purity). In this artist’s works, the collisions between these elements are captured within single paintings. However, these three axes do not exist separately; rather, each exhibition by the artist has dealt with one of these axes, allowing for a natural harmonization of themes. Therefore, how are these elements presented in the current exhibition? Jung Soo-jung’s solo exhibition Sweet Siren (Rainbow Cube Gallery, 2018) dealt with gods and the iconography of nymphs; A Homing Fish (Gallery Meme, 2019) compared a journey to one’s hometown to rare fish species; The Villains’ Star (OCI Museum of Art, 2020) featured villains from films. In Falconry, however, the main subjects are women, birds, and other animals. First inspired by the northern goshawk, the artist decided to center the theme of the exhibition around birds, animals, flight, floating, stopping, and coexisting, and the artist’s mode of expression, perspective, and representation of the imaginary are all centered on humans, bird, and animals. Several of the paintings feature birds. In one painting, a flock of birds in flight appears to be enveloped by nature, like the fish in A Homing Fish. Moreover, these artworks transform typical depictions of “flying or floating” that have been visualized in existing media forms, compressing them into a single frame of a painting or transforming them by manipulating their basic figurative elements, producing a unique atmosphere. This exhibition is also a study of portraiture. The Tronie series began from the artist’s interest in tronie paintings, a seventieth-century style of portraiture. Instead of typical depictions of aristocrats, tronie paintings were snapshot-like portraits capturing a lively facial expression, and they resemble the present-day photographs shared on social media. Moreover, these works were not painted from actual human models; rather, tronie paintings depicted fictional characters. For these reasons, the artist found this format to be appropriate for experimenting with contemporary fictional portraiture. Jung Soo-jung’s works have consistently experimented with how to represent the human body. Her works employ a multitude of approaches. She sometimes reveals a character through nuance rather than concrete appearances, other times she captures an atmosphere connected with a character’s pose on a character’s face. She has also attempted to capture the essence of an emotion through pictorial representation rather than a detailed and specific facial expression. In this exhibition, the author depicts a flock of feathered women (or sirens) with a variety of facial expressions in a single painting, and another work features both animals and humans, expanding and complexifying the artist’s mode of representation. The animals are simply in sync with the women; the animals also sit on women’s shoulders and are embraced in the women’s arms—connecting the two beings physically. The leopard that looks at the viewer instead of the women with her head turned can be said to be an extension of the human figure. Moreover, the pairing of women and animals—in particular, the woman with the northern goshawk on her shoulder—is reminiscent of another image besides tronie portraits: the women and animals from the animated films Nausicaa of the Valley of the Wind and Princess Mononoke. Although these elements do not appear in every work in this exhibition, it is notable, as it relevant to the overall perspective of the exhibition. Iconography can be understood as visual symbolism that is created through cultural and social consensus. Therefore, similar to how letters combine to form words and sentences, the combination of images and forms from popular culture prompts viewers to draw upon relevant references and conventional meanings when interpreting these works. The iconography of popular culture is propagated by the media, and it becomes implanted in our everyday lives. Consequently, viewers are often familiar with cultural references. The images of women who are in harmony with the animals in these artworks imply a sense of “flying or running” and “advancing in the direction of something.” They are also connected with the artist’s worldview and the image of “a weak-looking young girl who stands up to humanity alongside animals for the sake of nature.” While exploring the coexistence of nature and human civilization and experimenting with the styles of portraiture and animation, the artist creates unique painterly scenes and seeks to realize an imaginary world. Women, birds, and animals—which are central to conveying the worldview of the artist— appear even more distinct and developed in Mating, the first work that one sees when entering the exhibition. This large artwork is approximately 7 meters tall. Its solid colors give the impression of an arched cove, and it contains living organisms and a waterfall from another world. The static paintings in the Tronie series captured the feeling of tension before movement. In contrast, this artwork, which is overflowing with dynamic energy, is an imaginary world decorated with animals and various birds caught in a moment of jubilation—just as the title implies. The expressions of the animals (or living things) are informed by the artists desire to overcome prejudice and stereotypes, and they resonate with strategic and symbolic cheerful memes (another example of modern iconography) that overflow with female expressions of sexuality like the music videos of female rappers. They also contain the greatest energy and vitality that can spring from a free and true nature. In contrast, women do not appear in the artwork, but a hint to their nonexistence can be found in an early sketch of the painting. In the center of the waterfall, the image of an imaginary living being that resembles an Ohmu from Nausicaa of the Valley of the Wind appears to be waring a gold necklace. In the early drawing, there is woman kneeling with her back to the waterfall. This woman, who appears to be doing something within the waterfall, is covered by something that looks like an Ohmu. And under the splash of the waterfall, it appears to have established itself as the source of all vitality. Therefore, like the moment of a “magical girl’s” transformation, Mating seems to capture the moment of the explosion of previously hidden femininity and the vitality of nature. Moreover, this work constitutes the artists first attempt to compose a realistic, flowing, three-dimensional waterfall. In an age where most artworks are produced under an assumption that they will be viewed remotely, this artwork is one that must be seen in person. (Try and imagine paint that seems to gush and flow from the waterfall.)
Part of an early sketch for Mating.
Many contemporary artists are experimenting with expressing the feeling and sensation of screens, smart phones, and everyday images through painting. In this context, Jung Soo-jung’s “imaginary world”—which translates past iconography into the present—enables her to experiment with a dynamic approach to painting that knows no limits. Moreover, these works allow the viewer to enjoy the act of recognizing cultural signs and symbols, and when such symbols become combined in new contexts and fields of recognition, they impart refreshing realizations on the viewer. Indeed, Jung Soo-jung’s works deserve attention for their fusion of the artist’s unique worldview, formal experimentation, and new directions in painting.
/ Kwon Hye-in (SeMA - Seoul Museum of Art Researc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