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Bones, Heart and Gemstones, 2023
회화라는 매체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어떤 형태여야 할까? 회화와 서사 사이의 오랜 공조와 반목의 역사를 떠올리면, 회화에 서사를 담는 것은 부단히 문제적인 일이다. 다원화된 현대 회화의 장에서는 구상부터 추상까지 다양한 시각 언어가 작동하지만, 그럼에도 회화가 한낱 삽화(illustration)로서 이야기의 재현이 되는 것만은 금기시된다. 정수정은 회화만의 이야기 방식을 부단히 찾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텍스트를 이미지로 번역하듯이 하나의 장면을 잘 재현하는 것은 아니다. 정수정의 화면은 읽힐 듯하면서도 계속해서 읽히지 않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보여준다. 익숙한 도상들로 구성된 화면은 하나의 문장이나 단락으로, 즉 텍스트로는 환원되지 않는 서사를 만들어 낸다. 정수정의 회화는 분명 수많은 참조로 이루어져 있다. 관습과 문화에서 익숙하게 통용되어 온 도상들을 모으고 그 의미에 기대어 화면을 구성한다. 그러나 정수정은 결코 그러한 고정된 의미로만 도상을 사용하지 않는다. 도상이 가진 상징성에 기반해 어떤 의미로 읽어내게 하는 동시에 도상으로부터 그 의미를 빼앗는다. 그러므로 삽화를 읽듯이 이미지의 재현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것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반쯤은 본래 도상이 갖고 있는 의미에 기대며, 반쯤은 작가가 새롭게 부여한 의미를 더듬으며 읽어야 한다. 정수정의 도상을 면밀히 살펴보면, 익숙한 듯 보였던 것들이 낯설고 기이한 형태를 하고 있음이 보인다. 본래와는 다른 스케일로 확대되거나, 전형적인 색에서 벗어난 강렬한 색으로 강조되거나, 구상과 추상을 동시에 지닌 새로운 형태가 되기도 한다. 그 자체로 고정된 형태에서 벗어나 즉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형상으로 나타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수정의 회화는 레퍼런스의 집합으로서 평평한 것이 되는 것이 아니라 깊이와 진심을 켜켜이 쌓아올린 것이 된다. 정수정은 그 도상들이 그저 관습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에 갇히도록 두지 않는다. 전형적인 것에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 덧붙고, 아름다운 것에 기괴한 것이 더해진다. 의미를 지니고 또 버리며 새로운 언어가 된 도상들은 서로 다른 것들과 얽히면서 화면을 구성한다. 시대가 뒤죽박죽으로 뒤섞이고, 예기치 못한 사물이 튀어나오고, 인과를 끊듯이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그럴듯하게 병치된다. 각각의 이미지가 품고 있는 다중적이고 모호한 의미들은 서로 느슨하게 연결되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므로 그것은 결코 선형적인 이야기, 텍스트적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은 완전히 다른 종류의 이야기다. 한 번도 존재한 적 없었던, 시각 언어로 구사하는 그녀만의 이야기 방식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녀’를 중심축으로, 분노와 슬픔, 원한과 격앙, 갈등과 질투가 교차하는 인물과 상황을 그린다. 그것은 역사 속에서 희생당한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분노와 질투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녀로 몰려 불타버린 여성들과 그들을 둘러싼 상징적 요소들을 정수정은 끌어오고 비틀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마녀라는 코드는 하나의 상품이 되어서 전형화된 캐릭터로 소비되어 왔다. 정수정은 그처럼 표피만 남은 상징을 소비하는 대신에 그 표면 뒤에 있는 존재의 진정한 이야기를 만들고자 한다. 그녀는 의미적으로 딱딱하게 굳은, 죽은 도상들을 뒤집고 비틀고 변형하여 다시 생동하게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마녀는 상징적 도상으로서 마녀인 동시에 그 도상의 관습적 의미로는 충분하지 않은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진 마녀다. 정수정이 새롭게 써 내려간 마녀는 희생자이면서도, 강한 에너지와 욕망을 지닌 이들이며, 비탄에 빠져있으면서도, 분노에 타오르는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다양한 모습의 면면에서 우리는 결국 우리를, 지금 이 시대를 만나게 된다. 관습적 도상을 넘어서 새로운 의미가 덧붙여진 이미지로 서사를 만드는 것, 텍스트로 환원되는 닫힌 서사를 넘어서 이미지로 구성된 열린 서사를 만드는 것, 그것이 정수정이 ‘회화’로서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이다.
/ 권정현(전시기획, YPC SPACE 공동 운영자)
Black Bones, Heart and Gemstones, 2023
What kind of form would it take for paintings to be the channel conveying stories? When we consider the long history of collaboration and conflict between paintings and narratives, it is a consistent problem to carry stories through paintings. In the diversity of contemporary art, various visual languages operate from figuration and abstraction; however, it is forbidden for paintings to recreate stories as mere illustrations. It seems like Jung Soojung is consistently looking for a way to tell stories through paintings. It is not about recreating one scene as if translating texts into images. Jung’s canvas shows the narrative in ambiguous way, where it appears readable yet continually outwits. Composed with familiar images, the canvas creates a narrative that cannot be deducted into a single sentence or paragraph –the one that cannot be redacted into a text. Jung’s paintings are made with numerous references. The artist collects familiar icons which have been commonly used in customs and culture, then arranges them based on their contexts. However, Jung never uses those icons as definite contents; she simultaneously suggests certain readings based on the iconology, while also strips away the intended meaning for those images. Therefore, if viewer focuses solely on the reproduction of the icons and image seemingly as an act of reading illustrations, it would be hard to understand her works. The viewer must read Jung’s images halfway relying on the contemplated meaning and halfway based on new meaning the artist designated upon them. When closely examined, Jung’s images present familiar aspects in unfamiliar and bizarre forms. They may be enlarged from their original size, emphasized with stronger and more vivid colors diverging from typical palettes, or formed with both figurative and abstractive factor, creating a whole new structure; they appear as deviation from fixed forms, which become hard to understand immediately. At this very point, Jung’s paintings cease to be a simply flat thing made with collection of references; instead, they become something accumulated with depth and sincerities. The artist does not limit those images to be read only with conventional meanings, but rather adds unfamiliar and out-of-place factors to the typical and adds uncanny aspects to beauty. The icons, given with and thrown away their meanings, become a new language as they intertwine with different elements to compose the canvas;eras are crossed in chaos, unexpected objects come up, and discrepant elements are juxtaposed convincingly. The multiple and ambiguous meanings through each image loosely connect, creating a narrative. Therefore, it is never a linear story or a text-based narrative. This is an entirely different kind of story. It is Jung’s unique storytelling method that has never existed before, told in the language of visual expression. In this exhibition, Jung focuses on the theme of 'witches,' depicting characters and situations where anger, sorrow, resentment, and passion cross. It is a narrative of those who have been sacrificed throughout the history, and of those – despite anger and jealousy – move forward. Jung brings out and distorts the symbolic elements surrounding women branded as witches, which creates a new narrative. In the capitalist market, the concept of a witch has become a commodified and stereotypical character. Instead of consuming the superficial symbolism, the artist aims to generate the true story behind the surface. She turns rigid and lifeless symbols upside down, twisting and transforming to bring them back to life. Thus, the witch here is not only a symbolic image but also a new meaning, added to the conventional definition of a witch. The witches by Jung are both victims and complex, multifaceted characters with such strong energy and desires; they are in despair yet burning with anger. In those various aspects, we ultimately encounter ourselves and the present. Making a narrative with images attached with new meanings and go beyond conventional symbols, moving beyond closed narratives restored through text to open narratives structured with images – these are the ways of how Jung writes stories through her paintings.
/ Kwon Jeong-hyun, Curator and Co-CEO of YPC SPACE